카톨릭의 쩌는 성차별

atface 2017.12.04 19:01 조회 수 : 38

이번 낙태죄 폐지에 천주교가 개꼰대짓 하는 걸 보면서 천주교 신자로 보낸 세월이 20년이 넘은 엄마와 한참을 통화했다. 종교쪽으로는 문턱도 밟을 생각이 없는 내게 레지오니 꾸리아니 하는 말들이 이제는 익숙할 정도로 엄마는 오랜 세월 성당일을 해왔고 내 눈에는 단순히 무급 노동력 제공으로만

보이는 일들을 성모님의 일이라며 기쁜얼굴로 해오셨다. 엄마와 같이 일하는 분들은 전부 다 그 또래의 중년 여성들이며 이들이 하는 일은 성당 청소, 김장 담그기, 노인/청소년 교우 돌봄, 성당의 각종 행사 준비, 가정 방문, 병원 방문, 주임/보좌 신부 챙겨주기와 기 살려주기(...) 등등이 있다.

한마디로 성당 구석구석 이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며 이들의 무급 노동력 없이는 성당이 돌아가질 않는다.
그래, 여기까진 이 중년 여성들이 억지로 끌려가 노동력 착취를 당한 것도 아니고 제 발로 걸어가 기쁜 마음으로 성모님의 일을 하는 것이니 크게 잘못된 게 없다고 치자.

내가 분노하는 건 그 다음 지점이다.
이렇게 온갖 노동력이 필요한 자리는 전부 중년 여성들의 손을 빌려 메꾸는 곳에서 전체 회장 자리는 매번, 정말 매번 예외 없이 '중년 남성 신자'가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관절염 걸린 무릎으로 엎드려 성당 바닥을 청소하던 여성 신자들 앞에선

딱 소작인 부리는 마을영주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던 주임 신부는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남성 신자에겐 회장직을 부탁하기 위해 그의 직장까지 찾아가 허리를 굽혔다고 한다. 회장 자리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하는 그에게 신부는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공손하게 말한 뒤 그 후로 두 번을 더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했고 그 '변호사인 중년 남성 신자'는 결국 회장직을 수락했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를 한 끝에 회장님을 모셔왔다. 수십년간 성당 일을 해오며 성당에 관련한 일이라면 비품실에 빗자루가 몇 대인지까지 꿰고 있는 분들이 눈만 돌리면 넘쳐나는 와중에 말이다.

아니, 눈을 아무리 굴려봐도 그분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한남들이 어머니와 아내의 노동을 평생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나갔다 들어오면 방이 청소돼 있고 밥 때가 되면 따뜻한 밥상이 차려져 있는게 너무 당연하듯이 수십년간 성당의 온갖 궂은 일을 해와도 그 분들은

언제나 투명 인간, 보이지 않는 손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면서 단 한번도 전체 회장이라는 중요한 자리의 후보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때 (아니, 사실 제대로 된 감사 인사 한번 받아본 적 없을 때) 일요일에 한번 나와 한 시간 교중미사 보고 가는 중년 남성은

그 손들을 지휘하는 자리에 모셔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카톨릭에 여성 사제가 나올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가난한 자들의 친구이며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교황님이시지만 여성은 그 인류의 카테고리에 처음부터 포함 되어있지 않다.

미사집전이라는, 성당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중요한 역할은 절대 여성이 수행할 수 없는 것. 신자들 중 가장 높은 직책인 회장 자리에는 여성이 앉을 수 없는 것. 하지만 성당 운영이나 행사에 수반되는 모든 노동력은 여성에게서만 착취하는 것.
이 병신대잔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그렇다. 한국의 제사문화와 완벽히 일치한다. 제사 문화의 핵심인 '대를 잇는 일' 즉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오직 남자만 할 수 있도록 가부장의 신이 점지해 주셨지만 그 귀중한 꼬추들이 양복 빼입고 절하는 동안 여성들은 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의 집 귀신들 먹일 음식하느라 부엌에서 기름냄새 뒤집어

써야하는 유교의 제사, 명절문화에서 보던 바로 그 병신스러움이다.
결국 모든 종교는 이토록 여성혐오적이다. 그나마 온건하고 점잖아 보이는 카톨릭도 안을 들여다 보면 매한가지다.

한달전 쯤, 엄마네 성당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새 신부가 나왔다고 잔치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본당에서 신부가 나오는 건, 성당에선 굉장히 큰 경사로 치는 일이라 잔치하는데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러 간다고 기쁜 목소리로 말하는 엄마에게 나는 "그래, 온 성당이 잔치를 할 정도로 자랑스럽고

큰 일인데 그걸 여자는 아예 하지도 못하게 막아놨어 근데 그 잔치하는데 필요한 온갖 궂은일들만 엄마랑 아주머니들이 성당 전속 시녀들마냥 하고 있고, 엄만 이게 자존심이 안 상해? 뭘 아들뻘도 안되는 어린애가 성직자로 직업선택 좀 한 거 가지고 우리 신부님, 신부님 하면서 찬양을 하고 있어"

했다가 "하여튼 승질 드러운 기지배 어지간히 지랄이야" 하는 핀잔이나 들었다. 엄마 말대로 난 성질 더러운 년이라 내가 평생 다닐 일 없는 성당의 성차별에도 일일이 다 화가 치밀고 어디에라도 이 부당함에 대해 토로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https://twitter.com/alaskaeggseller/status/93658747779968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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