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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연애를 마치며, 그리고 여러 가지 느낀 점들;;;

재주소녀 2012.07.05 10:04 조회 수 : 233

 

재주소녀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허구헌날 안생겨요 asky... 드립 치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남자친구 생겨서 한무모.. 아니 한솔모 활동이 뜸해지더니.. 첫번째 연애를 마쳤습니다. 11개월 정도 못 되게 사귄 것 같네요.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동안 제 자신에게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이기심도 새삼 보게 되었고 그 친구를 통해 침묵과 배려심도 배우게 되었고 무엇보다 좀 더 밀착하여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도 갖게 되었네요. 이것들은 연애를 통해 얻은 좋은 점들 가운데 하나였고.

 

나쁜 것이라고 말하기는 무엇하지만 좀 더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 솔직히 제가 난생 처음 23살에 모태솔로 딱지를 뗄 때, 친구들의 반응은 '의외다' 이런 것들 뿐이었어요. '니가 남자친구를? 세상 별 일 다 있네', 라던가 '조건이 좀 그렇네' 라던가... 처음에는 '나는 남자친구 사귀면 안돼?', 라던가 '조건이 뭐가 중요하냐~' 받아쳤는데 슬슬;;;; 연애 중반부터 왜 조건 조건 하는지 알게 되겠더라요. (내가 왜 병원장 아들이랑 안 사귀고 얘랑 사귀나. 돈 많고 잘 생기고 똑똑한 애들도 많은데 내가 뭐가 모자라서 얘랑 사겨야 하나 이런 생각들도 문득문득 들면서. 이런 생각하는 내 자신도 미워지면서..)

 

첨에는 남자친구 하는 일이 잘 돼서 배경이나 기반이 별로였어도 어려움은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되더라구요. 연애 초반 한 두달 정도 더치페이를 했어요. 제가 워낙 남에게 신세지길 싫어하므로 ;;; 그런데 걔가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부터 제가 돈계산을 다 하게 됐죠. 처음 한 두달은 '내 남자친구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게 3달, 4달, 5달이 되면서부터는 내가 내는 것이 습관이 돼 버리고 그 친구는 항상 미안하는 게 느껴지고 이러면서- 연애가 환상이나 행복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궁상 맞은 현실같아 보이더군요.

 

사랑하는 사람, 사귀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도 웃고 떠들면서 현실 경쟁에서 느꼈던 무겁던 마음과 시름도 비워 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져야 하는데. 저도 재화는 한정되어 있는데 필요이상 데이트비용으로 돈을 쓰니 다른 데 돈 나갈 것 걱정도 해야 하고, 부모님한테 용돈 타 쓰는 것도 눈치보이고, 모아둔 돈도 다 떨어져가고, 알바를 더 늘리자니 학원다닐 시간도 줄어들고 @_@ 이런 저런 계산과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니까 정작 남자친구를 만나도 어느 순간부터 애정이 식더라구요. 머리가 복잡해지면 마음도 허공에 붕 뜨고. 물론 제가 그 친구의 모든 것을 받아드릴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버스커 버스커 노래 가사중에 이런 말이 있죠. "사랑한단 말로는 사랑할 수 없군요" 와, 어느 순간 이 말이 와닿는데... 사랑은 정말 마음만으로는 안 돼요. 사랑과 현실의 교점을 온 몸으로 체감했던 순간은 바로 저희들의 다툼에서 부터 였어요. 전 같았으면 서로 애교 한 번 부리고 끝났을 일을, 하도 지치고 지긋지긋해지다 보니 "내가 너랑 데이트 하면서 쓴 돈이 얼만지는 아냐. 11개월에 벌써 6백만원 가까이 돼 간다. 이십대 초중반에 자취하는 나한테도 그건 큰 돈이다. 넌 이런 거 생각이나 해봤냐!" (솔직히 생각을 한다고 해도 이 친구가 어디서 돈을 훔쳐 올 수도 없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ㅠㅠ) 막 이런 상대방 가슴 아플 소리나 하고 있고 ㅠㅠ 아 정말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네요.

 

전시회를 가도, 박물관을 가도, 오페라를 보러가도 도통 하나도 아는 게 없어서 제가 1층부터 4층, 온 전시작품 설명에 도슨트처럼 굴어봐도 이 친구는 알아 듣기는 하는 건지, 그래도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설명은 해주는데... 취미도 통하는 게 없고.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자니 내 입장에서 또 재미가 없고 ;;; 서로 맞는 게 없었어요. 얘는 책을 선물해줘도 읽지를 않고.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버텨보자 해도 대화가 통해야 사랑에도 윤활유가 흐르지요. 마음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더군요. 그 친구가 착하고 지혜로웠던 건 맞는데, 어렵게 자라와서 늘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 속에 고민이 많아가지고 도무지 생각하는 걸 싫어해서 관심사도 없었어요.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걔도 자기 나름대로 머리가 복잡해서 제 얘기에 반응도 뜨뜬미지근하고. 과학이나 정치나 경제나 스포츠나 뭐 관심있는 것도 아는 것도 하나 없고, 미래도 불투명하고 연애 중반 쯤 가니까 그 아이가 가진 좋은 점들보다 싫은 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가 4개월 동안 헤어지자고 숱하게 말했었고 그 친구가 계속 붙잡았지요. 그 친구는 연애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제가 첫사랑이었고 저를 위해 온 자존심을 다 버리고 마음의 바닥까지 보여주었죠. 힘들어도 제가 버티면서 괜찮다 괜찮다 ^^ 할 때는 이 아이도 잘 버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니, 점점 제가 지치고 힘들다 힘들다 ㅠㅠ 하니까 얘도 자신감 상실해서 우울한 얘기들만 늘어놓고.. 그럼 또 악순환처럼 듣는 저는 김 빠지고 짜증나는데 참고 있고 ;;;

 

이런 하루들이 반복되던 와중에 3주 가량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데이트를 미루며 이별선언을 했지요. 뒷 마무리가 찝찝하더라구요. 그 친구는 헤어지자는 저의 말에 더 이상 붙잡을 염치가 없어서 못 붙잡겠지만 나중에 잘 되면 다시 연락해도 되냐고, 전화번호 바꾸지 말라는데 눈물이 와락 쏟아지는데 씁쓸 ;;; ㅠㅠ 에효.

 

그 친구는 제가 첫 연애는 아니었지만 첫사랑으로 남았고, 저는 첫 연애상대가 그 친구였지만 첫사랑은 아니예요. 참 사람 인연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송달송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지금도 그 친구에게 마지막 끝이 그래서 미안한 마음은 있는데 그 외에 막 보고싶다거나 이런 건 없어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으니까요. 도시락에 비타민에 선물에 가엾고 안스러워서 챙겨주고 싶은 건 다 챙겨주었던 듯. 지금은 잘 지내려나...

 

여튼 ;;;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는 대화도 잘 통하고 관심사는 달라도 그게 충돌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더 배울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어서 그게 좋은 것 같더라구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또 전시회나 공연 오페라도 함께 보러다니고 의견도 나누고, 매일 머리를 맞대고 돈에 구애받지 않고 '오늘은 무얼할까?', '내일은 무얼하지?' 하는 행복함도 알게 되구요. 맛있는 것 먹고 쇼핑하고 돌아다녀도 돈 생각 안해도 되고 ;;; 남자친구가 저보다 훨씬 많이 버니까 제가 계산한다고 해도 말려가면서 까지 자기가 계산하고. 저는 사귀면서 이런 적 처음이라 되게 어쩔 줄 모르겠더라구요 ;;; 매일 내가 계산하고 사람들은 이상하게 쳐다보고 그런 시선만 느끼다가 ㅠㅠ 솔직히 대중교통으로 약속장소까지 가서 만나는 매력도 있지만 매일 집앞으로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고 하는 편리함이란 ㅠㅠ (전 남자친구도 차가 있긴 했지만 기름값 아끼려고 잘 안 가지고 다녔거든요 업무 때 제외하면 ㅋ)

 

저의 첫 연애를 우려와 의아함, 불행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두 번째 연애를 행복과 부러움, 안도감으로 바라보는 대조적인 시각을 보고 있노라니. 아 되게 뭐랄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다 경험에서 우러난 이유가 있는건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저도 예전엔 "마트에서 라면박스 나르면서 한달에 150만원만 벌고 맨날 지하철 버스 타고 다녀도 그 사람이 성실하기만 하다면 상관없다." 이랬었는데.. 그런 마음으로 조건 하나 안 보고 첫 연애를 했었고요. 그런데 그건 그 사람 하나 일 때나 가능한거지. 굳이 라면 박스 나르는 남자 옆에 포르쉐나 아우디 타고도 돈지랄 안하고 현명하고 성실한 사람이 지나가는데 그 사람을 마다할 이유는 없잖아요.

 

어느 새 제가 이렇게 되더군요.

변해버린 건지. 원래 이렇게 변하는 게 순리인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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