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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ism.kr

등록금 내 가며 신학을 배웠던 사람으로서

Nosferatu 2011.05.20 14:22 조회 수 : 206

해묵은 귀차니즘에 쩔어 살다보니 뭘 봐도 우헤헤 하고 넘어가는 저라지만

[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글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많은 분들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이트의 특성상 해당 단어가 포함된 글이나 댓글의 요지는 대부분

[그것도 학문이라고?] [신학이라는 게 무슨 학문적 가치가 있어?]

라는 거더군요. 대부분 비전공자들이 아주 쉽게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이해는 합니다. 어차피 신학이라는 게 기독교라는 종교와 별개로 생각할 수가 없는데

하필이면 그 기독교라는 종교는 하고 많은 종교들 중에서도 막장의 끝을 달리고 있으니까요.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신학대학 출신입니다. 전공자죠.

제가 신학에 대한 위와 같은 시각들에 대해 쩔어버린 귀차니즘도 잊어버리고

꼬박꼬박 답을 다는 건, 그게 전공자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냥 흔히들 생각하시듯이, 설령 신학이라는 물건이 학문 취급도 못 받을

쓰레기라도 저는 별로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것을 배웠다는 게

가치가 없어지지도 않지요. 오히려 지금 제 상황이나 입장에서라면

더더욱 가치가 있는 겁니다. 배운 저는 그게 왜 학문적 가치는 요만큼도 없는

쓰레기인지 배우지 않은 사람들보다야 더 확실하게 알고 깔 수 있으니 말이죠. 

 

저는 신학 쉴드 쳐 주고 싶은 사람 아닙니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요.

다만, 전공자의 의무랍시고 꼬박꼬박 글을 다는데는 딱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보고 제대로 비판하시라는 겁니다.

시각이 지나치게 많이 편향되어 있고,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비판을 할 만큼 충분한 배경지식이나 정보없이 무지한 것이 원인으로 보이는 만큼

실상은 이러이러 하니 이걸 참고해서 좀 더 균형을 잡아보시오 라는 거지요. 

 

꽤 오래전에 반기련에서 활동할 적에, 어떤 회원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무엇인가에 대해 정말 제대로 된 비판을 하려거든, 모름지기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이

비판의 대상을 세 가지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내부자의 입장, 반대자의 입장, 제3자의 입장이 그겁니다.

내부자의 입장에서 변론을 하고 쉴드도 칠 줄 알아야 비판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건, 비판의 대상에 대해 그 만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대상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내 생각엔 이러쿵 저러쿵 한 거 같은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라는 의문은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습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건, 이건 아직 그저 내가 잘 모르니까 던질 수 있는 의문일 뿐이지

그것이 대상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스스로 이걸 비판으로 착각하게 되면

세상 누가 와서 어떤 소리를 해도 씨알도 안 먹히게 되는 겁니다.

나는 이미 그것에 대해 [알만큼 아는] 사람이 되어버린 까닭입니다.

 

저는 여기 와서 좀 신기한 게,

무슨 물리학이나 양자역학( ㅡ_ㅡ;;;)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공하시는 분들이나 그것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신 분들이 [실은 이렇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 그렇군요]라고 수긍하는 분위기이면서도

유독 신학에 대해서는 논문써서 심사 통과해 본 전공자가 이야기를 해도

[그건 니 생각일 뿐]으로 일관하시는 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는 겁니다.

신학 논문 한 편이나 써 보시고 그런 말씀들을 하시던가 말이죠.

 

어떤 분야든 일정 수준 이상의 학문적 성찰을 해 보신 분들은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든 학문하는 사람들이 그 주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가를 잘 알고 계십니다.

밑에 댓글에서 예를 들었듯 신이라는 것도 말이죠, 그것이 일반적인

신앙의 대상일 때와 학자들의 연구주제가 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문제는 신앙의 대상과 학문적 연구의 대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분들이

기독교라는 종교 꼬라지가 이만저만 하니까 신학이라는 것도 그렇겠지

라고 너무너무 손쉽게 착각을 하고, 그러니 당연히 전공자가 뭔 소리를 해도

저 놈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나는 알고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거죠.

도대체 뭘 알고 계시는 지 묻고 싶습니다.

 

신앙과 학문을 구별하지 못하는 오류는 일반적으로 기독교신자들이

많이 범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오류를 무신론자들 중에서도 보게 되네요.

오히려 신학은, 저 양자의 구별을 너무 철저하게 하고 있는데 말이죠.

 

신학이 어떻다고 이야기하고 싶으시다면,

그것에 대해 뭔가 비판을 하고 싶으시다면

비판하기 전에 최소한 수박 겉 핥는 시늉이라도 해 주시는 게 도리라고 생각되고요.

그거는 해야 그래도 비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

부끄럽지는 않지 않겠나 생각이 됩니다.

 

그 윗대 까지는 아니라도 쉴라이에르마허 이후의 신학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 개괄이라도 좀 핥아 보시고 말씀을 해 주시고요.

내부자로서의 변론까지는 기대도 안 할테니

균형있게 보고자 하는 노력만이라도 좀 부탁합니다.

 

그도 저도 아니라면,

모르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문과 비판을 헷갈리지는 말아주시구요.

전공자 아니면 잘 모르는 거 당연한 겁니다.

그럼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정보에 대해서는

최소한 열려 있을 수는 있잖아요?

알고 계시는 그게 아니라는 데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똥고집부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게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노릇 아니던가요?

최소한 여러분들이 비난하는 종교인들이나 하는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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