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검은 꽃

delicatiss 2011.10.26 15:37 조회 수 : 6755

일주일이라는 기간동안 다수의 중간고사를 몰아서 치룬 후, 학교 도서관에서 놀다가 (...) 문득 동아시아 도서관에 한국 소설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길로 동아시아 도서관에 가서 검색해보니 정말 한국 소설이 여러 편 있더라고요. 오래된 소설도 많았으나, 시험 직후였으므로 재미 위주로 고르다 보니 (다른 작가들의 소설 두편과 함께) 김영하의 <검은 꽃>과 <아랑은 왜>를 대출하게 되었습니다.

<아랑은 왜>는 2001년에 발표된 작품이며, <검은 꽃>은 비슷한 시기인  2003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멕시코 최초의 조선인 이민자라는 참신한 설정을 도입한 <검은 꽃>은 김영하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표현은 사실, 식상한 표현임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창조하는 그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와일드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여기서 와일드하다 함은 조선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는 행동패턴을 말합니다. 멕시코행 배 안에서 주인공 남녀가 벌이는 과감한 행각, 그리고 멕시코의 혁명에 융화되는 조선인들의 모습, 모두 우리가 흔히 조선 말기의 조선인들에게서 기대하는 행동 패턴을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와 같은 다소 파격적인 행동에서도 별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도입부부터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현대인들의 그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환기시키며, 동시에 대담하면서도, 상당히 구체적인 상황 설정을 제시하기 때문이죠. 이는 묘사의 실제감과 내용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처럼 있을 법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설득력이 있는 등장인물들을 그려내는 김영하의 재주를 이 작품에서 십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김영하 하면 떠오르는 현실에 대한 냉소성, 그리고 그 특유의 에로티시즘 역시 <검은 꽃>에는 존재합니다. 따라서 <검은 꽃>은 김영하의 다른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소설이죠.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대체적으로 맘에 드는 내용이었으나 끝 부분이 저의 취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 작가 본인의 사상이었는지, 상업성을 염두해두고 그리 쓴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민족주의적으로 갔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뭐,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수 있는 부분이고, 따라서 작품의 전반적인 재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이 소설은 바로 뒤에 읽은 <아랑은 왜>와 시대적 배경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장르도 다르고 테마도 사실은 다르지만, 그래도 조선을 바라보는 김영하 특유의 시선이 <아랑은 왜>와 <검은 꽃> 두 작품 모두에서 언뜻언뜻 비춰진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추천합니다.


*한무모 분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라는 요소를 다소 껄끄럽게 느낄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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