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해체주의에 대한 병맛 평론

지발돈쫌 2011.06.21 13:13 조회 수 : 23705

해체주의가 지적한 것들과 현대과학

 

2004. 10. 11.



해체주의는 기본적으로 과학적 탐구방법이나 과학적 담론에 대해 별다른 시비를 걸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대과학은 양자론의 등장 이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지 모른다"고 천명하였기 때문이다. 뉴턴-라플라스의 결정론은 이미 상대성이론에 의해 파쇄되었으니 언급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상대성 이론도 극복하지 못한 문제들을 양자론은 훌륭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주사위놀음"의 과학은 미시세계에서 개별 양자들이 순전히 확률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 말고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말한다.

해체주의가 주장하는 바를 현대과학에 적용시켜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에 만연한 관념론적인 사고와 영국에서 기원되는 경험주의 계열의 사고 모두를 필요로 하는 과학의 담론들은 쟝 자끄 루소의 '이성에 대한 반동'과 별개의 영역에 있다. 그럼에도 결과적인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은 왜일까?


휴미안(흄의 회의주의)에 대한 칸티안(칸트 철학)들의 반대시도는 사실상 패배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성이란 불완전/착오/오류의 덩어리인 인간이 구사하려는 하나의 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장담하는가?

결국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이 "실제" 세계이든 매트릭스이든 간에 어떤 법칙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고, 그 법칙은 거시적공간/거시적시간과 미시적공간/미시적시간이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는 어떤 예외가 있는가 없는가를 다퉈야 할지 모른다. 매트릭스2에 나온 흡혈귀가 "실제"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의 베타판에서 사용하다 폐지한 버그인지를 말이다. 영화와는 달리 이 흡혈귀는 이 세상(여기 실제세계 혹은 매트릭스 세계)에 나온 근거가 없다. (원래 존재했지만 근거가 사라졌다고 한다면 이 세상은 매트릭스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우리가 속한 세상이 어떤 성질의 것이든간에 분명히 "뭔가"는 있다. 과학은 비록 헛짓이 될지 모르지만 "뭔가"와 "뭔가"가 보여주는 "어떻게"를 탐색한다. 꼭 이 세상이 매트릭스라야 헛짓이 되는건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실제" 세계일 경우 헛짓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우리는 그 "뭔가"가 현재 우리가 속한 세계의 현상들 중에서 상호 모순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의 산물만 채택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빛의 입자설과 파동설은 상호모순되지 않는다. 우리가 모순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칸트는 순수이성이 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사실 그가 장담했던 것은 이런 한정된 범위에서만 가능한 설명일 뿐이다.

해체주의는 이성을 부정한다고는 했지만, 실은 이성이 인간을 기만한 방법(혹은 인간이 이성에 대해 오해한 것)을 적시했을 뿐이다. 과학은 해체주의가 나오기 이전에 벌써 이런 점을 깨닫고 있었다. 그것도 해체주의보다 60년 전에... 히피들이 비판하는 것은 과학의 이런 자기반성적 변신을 모르고 맹목적으로 과학지상주의를 표방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것이다. 히피나 권력자들은 과학을 잘 모른다. 과학적 "결과"(TV, 워크맨, 인공위성, 아폴로 11호, 수소폭탄, 인터넷 등등)가 주는 해악이나 유용성만을 주장했을 뿐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포스트모더니즘이 씹은 것은 사조에 대한 것일 뿐이며 과학적 사조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르게 말하자면, 해체주의는 이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이성이 가진 결함과 이성에 대한 맹목을 "다르게 보기"라는 방법을 통해 지적한 것이다.


P.S. 뉴에이지 과학은 해체주의와 아무 상관이 없다. 지들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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