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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ism.kr

[re] 새벽에 잠이 깨어

2011.05.17 18:21

지발돈쫌 조회 수:19318

나는 혼자 길에 서 있다. 
앞에는 뿌연 안개가 장막을 치고 있다. 
뒤를 돌아보려고 해보지만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온다. 

"주님의~ 길~~ 나의 가알~~길~~~ " 

점점 소리가 커져온다. 

그러다 안개가 갑자기 걷히고 앞이 확 밝아진다. 
아니 번개가 친 듯하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가서 창문 좀 닫아" 

눈을 뜨니, 이불 속이다. 
젠장~ 재수없는 꿈을 꾸었군. 
시계를 보니 5시다. 

그런데 꿈속에서 들은 소프라노의 찬송가가 계속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창문 닫으라는 망치부인의 위협이 또 들린다. 

아~ C足, 꿈이 아니었다. 

일단 창문을 닫고, 베란다로 나왔다. 
새벽에 잠깨면 베란다에서 한대 땡기는 것이 흡연자들의 자연스로운 행로다. 
담배를 피우며 찬송가를 6곡이나 스트레이트로 들었다. 

노래 실력 하나는 기막힌다. 


잊을만 하면 앞산에 나와서 노래하는 여자. 
전재산을 교회에 헌금하고, 집안일보다 교회일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결국 같은 교인인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양육권마저 박탈당한 여인... 

실성한 여인이라고는 하지만, 노래솜씨는 성가대 특송에서 솔로를 도맡았다는 소문을 그대로 증명한다. 


내가 이 여인에게 시끄럽다고 야단칠 수 있을까? 
제발 잠 좀 자자는 하소연을 이 여인에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 내가 하는 기독교안티 활동의 방향을 계속 잡아주는 여인이다.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미친소리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여인과 같은 피해자다. 
이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도 실성한 이 여인처럼 귀에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안티해야 할 것은 이 사람들이 아니라 이렇게 실성한 사람을 양산하는 시스템과 독트린이다. 


2002. 11.13.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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