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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ism.kr

연옥과 림보

2011.09.21 10:00

지발돈쫌 조회 수:23226 추천:3

연옥 : 세례를 받았으나 악행을 저질렀던 자가 죄를 씻기 위해 대기하는 곳

림보 :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았으나 세례를 못받은 영혼(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에 죽은 선량한 자, 세례 받기 전에 죽은 유아 등)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 대기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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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의 개념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모든 죽은자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이 개념은 유대인들에게도 전승되어 쉐올로 확립되었다.

이 관점은 구약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의인과 악인, 신자와 불신자가 함께 거하는 장소(창37:35;시9:17)

어둡고 그늘진 장소(욥10:21,22;시143:3)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장소(욥10:21)

침묵의 장소(시94:17;115:17)

여호와를 찬양할수도 없는 장소(시6:5;88:10-12)

아무것도 알수 없는 세계이며 일도 계획도 없는 장소(욥14:21;전9:5-10)

모든 생물들이 필연적으로 들어갈 집(욥30:23)

땅밑에 존재하는 장소(민16:30)

망각의 장소(시 88:6)

그곳에 거주는 지상의 비통한 삶보다도 더 가련한 삶(전 9:3-6)

사람의 운명은 짐승의 운명과 다를바 없으며 모두 다 티끌에서 왔다가 티끌로 돌아감(전 3:18-21)

 

 

그러나 영혼불멸이라는 관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하늘나라, 곧 천국의 개념이 필요했다.

짜라투스트라의 생애에서 베끼는 것으로 그들은 돌파구를 찾았다.

 

그런데 천국이 누구나 의로움으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종교는 도덕/윤리에 천국입장판정권을 넘겨주어야 한다.

나중에 어거스틴에 의해 체계화된 원죄론은 천국입장에 대한 판정권한을 계속 종교에 남도록 해주었다.

바로 세례를 통한 죄사함을 받은 자에 한정하여 천국에 입장시키는 것이다.

 

한편 천국에 반대되는 지옥의 관념도 필요하게 되었는데, 초창기에는 쉐올/음부 자체가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쉐올이 단순히 영혼이 거하는 곳이라면 천국에 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도 있고 그래서 천국은 매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몇차례의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바다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펠라기우스는 자유의지를 믿고 원죄에 대한 가르침을 의심하여,

인간이 덕을 행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도덕적인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올바로 행하고, 또 그 행위가 정통적일 경우에는 덕행의 보수로써 천국에 가게 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 막 종교권력의 시스템이 정비되던 시기에 이것은 심각한 고춧가루 뿌리기였다.

 

예수의 대속, 부활, 구원을 믿지 않아도 천국에 들 수 있다는 사상은

곧, 기독교(종교시스템)의 소멸을 불러 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때 교회의 구원자인 어거스틴은 다음과 같이 원죄론을 다듬었다.

 

아담은 타락하기 전에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었으며, 따라서 죄를 멀리 할 수 있었으나

하와가 선악과를 먹은 후에 그들이 타락하게 되고, 그것은 모든 후손에게 전해졌다.
그리하여 후손들은 아무도 자기 힘으로 죄에서 떠날 수 없으며,

오직 신의 은총만이 인간을 천국에 들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아담의 죄를 상속하고 있었으므로 영원한 멸망을 받기에 합당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자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져 영원한 형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신의 은총으로 말미암아 세례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은 천국에 들어가도록 선택을 받는다.

이들이 곧 택함을 받은 자들인데, 이들이 천국에 가는 것은 그들 자신이 선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완전히 부패되어 있으므로 오직 신의 특별한 은총이 없이는 구원을 받을 길이 없다.

어떤 사람은 구원을 받고 나머지 사람은 멸망당하는 데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다.

멸망은 신의 의로움을 나타낼 뿐이며, 구원은 그의 자비를 나타낼 따름이다.

그 어느 것이나 전부 신의 선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너무나 잔인한 교리이다.

예수가 오기도 전에 죽은 자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달랑 유대와 로마 부근에만 전파된 원죄론을 아예 모르는 먼 땅에 사는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예수를 알더라도 세례를 해 줄 성직자가 아예 파송되지 않은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교회에서는 저승을 천국과 지옥으로 양분하면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쉐올/음부를 다시 끄집어 냈다.

예수님을 모르고 죽은 의인들이 대기하는 곳을 말이다.

이곳은 천국의 일종이 아니며, 대기소이자 죄사함을 받지 못한(세례를 받지 못한) 영혼들을 가둬두는 곳으로 확립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그들의 필요에 의하여 연옥이 아닌 천국으로 직행시켰다. 성인추대를 하는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마카베오서에서 상관도 없는 구절을 근거로 하여 급조된 교리이다 보니,

현재까지도 그러한 영혼들이 얼마의 기간동안 연옥에서 대기해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다.

연옥에 있는 사람들을 (조속히) 천국에 들도록 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했다.

그리하여 죽은 자를 위한 기도를 하는 성사를 한가지 추가하였고, 면죄부도 팔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세례도 못받고 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산된 아기들이었다.

원죄론은 너무나 강팍한 교리였고, 자범죄를 저지를 기회조차 없는 아기들을 위한 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어린이)림보다.

 

 

하지만 연옥의 개념은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바이블 어디에서도 정당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천국, 지옥, 연옥, 림보의 개념은 다소 모호하게 다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칼벵에 의해 원죄가 다시 중요요소가 되면서 연옥과 림보에 대한 교리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래서 가톨릭은 마케베오서와 바울의 서신(로마서)에서 일부 내용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또한 야고보서에 따라 펠라기우스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연옥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유대인들의 관점(구약의 관점)에 따라 쉐올을 정의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천국과 지옥 자체도 무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죄에 대한 확신 때문에 갓 태어난 유아도 사탄의 지체라고 믿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영원한 형벌을 받도록 예정되어 있으면 인간 창조가 바로 비참한 일이 아닌가 하면서도

가톨릭은 어거스틴을 부정할 수 없었다.

 

프로테스탄트는 원죄론이나 영원한 형벌이 모두 신의 의로움을 나타낸다고 우기기로 결심했지만,

가톨릭은 이도 저도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연옥은 세례(축복)를 받고도 자범죄를 저질렀고 죄사함을 위한 성사를 받았더라도

잔류범죄가 있는 영혼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교리를 바꾸었다.
근거는 쉐올이며, 새로운 연옥교리는 초기의 연옥교리보다는 쉐올이라는 근거에 더 가까웠다.

(림보에 대해서는 아직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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