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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ism.kr

종교를 없애야겠다면 대안부터 제시하라고???

2009.12.23 11:25

지발돈쫌 조회 수:15400 추천:1

"어떤 신앙인에게서 종교를 빼앗은 뒤에 무엇을 제시해야 하느냐"는 말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독단적 신앙에 고착된 사람으로부터 종교를 "빼앗아 버린다"면,
그는 삶의 구심점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고난에 빠진 사람, 비탄에 잠긴 사람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방법 중에
종교(매번 반복하지만 신앙으로서의 종교, religion) 이상으로 쉬운 것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대체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일수록 종교에 대한 욕구는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단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무신론자로서
"인간에게 종교성이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
이다.
어찌 보면 "난 반대하지만 그래도 너의 입장을 이해해"라며 생색을 내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나의 그러한 생색내기가 오히려 비인본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태도는 "뭔가가 누구에게 위안이 된다면, 그것은 적어도 그에게는 참이다"라는 비논리를 인정하는 셈이다.
종교는 진정한 위안이 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그래도, 종교 이외에 어떤 대안으로서 그들에게 안도감, 안정감을 줄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하지만 지천으로 널려 있는 대안들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더 제시하란 말인가?
게다가 누군가가 혹은 이 세상이 그들에게 위안을 주어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
위안을 받는 방법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호의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좋다. 그 도움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판단한 후에 말이다.

그들이 "쉬운 방법으로써 그렇게 믿기로" 결심한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무슨 대안을?

야박하다고?
그렇지 않다.
솔로몬이 모든 영화를 다 누리면서도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고 읊어댄 그 염병할 염세주의만 피하라는 말을 전한다.


드럼 두들기기, 어슬픈 산문 습작하기, 카메라들고 셔터 마구 누르기,
500원 넣는 야구 연습장에서 팔이랑 허리 빠개질때까지 휘두르기,
아내와 아이를 안아주기, 남편과 아빠의 흰머리 뽑아주기,
기업가의 거짓말에 분노하기, 정치가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지 않기,
비오는 소리에 깨어 고속도로를 질주하기(좀 위험하긴 하다),
산삼 찾으러 전국을 헤매기, 강아지 배설물 치우기,
MMORPG 캐릭터 렙업하기...


난 위에 언급한 별난(?) 행동들이, 이성을 팔아넘겨 영혼의 안위만 구하려 드는 신앙행위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다 부질없다고?
그럼 차라리 죽어라.
그런 것들이 다 부질없다고 여긴다면, 아무리 신이든 뭐든 절대적 존재가 있다고 해도
당신은 이미 고결한 삶을 영위하기는 글렀다.

어떻게 당신의 아이들, 당신의 후손들, 그리고 인류의 후손들에게 의미있는 것을 남기려는 노력을 시도하지 않는가?
꼭 의미있는 것을 남기지 못해도 좋다. 그렇게 노력하는 삶 자체가 의미있는 것 아닌가?


대안이라는거...
종교를 버리면 저절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신이 쉽게 위안을 받고자 한다면,
술과 마약 다음가는 해악이 바로 종교라는 점을 부정하고 망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그런 위안은 언젠가는 당신과 후손에게 심각한 손상을 끼칠 것이다.


"어느" 종교를 버리는 거 말고, "모든" 종교 자체를 버리란 말이다.

비록 현실적인 삶이 피폐해질지라도 당신의 정체성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고단한 삶에 도전하기보다 세상이 자신에게 위안을 주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비열하다.
이런 비열함을 미덕으로 칭송하고 포장하는 종교에는 절대로 대안 따위가 있을 수 없다.
그런 종교의 소멸 자체가 바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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