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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eism.kr

사후생 - 아이작 아시모프

2009.12.29 22:08

지발돈쫌 조회 수:15920

사후생


 


나의 부모님이, 결국,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사실로 인해 나는 사후생의 가능성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죽음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쩌면) 보다 영광스러운 삶의 시작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자신의 부모와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것도 젊음의 활력을 완전히 찾은 그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마음에 위안이 될 것인가.

그러한 생각들이 너무나 위안이 되고, 너무나 기운나는 것이며, 그래서, 그런 생각들이 없었더라면 끔찍하기만 했을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제거해 준다는 사실 때문에, 저승의 존재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대다수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을까? 하고 궁금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 자신의 느낌은, 전적으로 추론이지만, 바로 이렇다--

우리가 아는 한, 죽음이, 전적으로뿐만 아니라 개체의 경우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이해를 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지발돈쫌 주 : 이건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무리 우리가 맹수들이나 사고, 그리고 질병의 감염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도, 우리 각자는 육체의 노화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결국 죽게 된다--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이 지식이 처음으로 인간 공동체에 퍼지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틀림없이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죽음의 발견"과도 같았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죽음이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외견상으로 죽은 후에도, 그는 어떤 다른 장소에서 계속해서 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틀림없이, 죽은 사람들이 그들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의 꿈에 종종 나타나고, 꿈에서 본 것은 여전히 살아 있는 "죽은" 사람의 그림자나 유령과 같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장려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세에 대한 추론들은 보다 더 정교해졌다.
 
그리스 인들과 헤브루 인들은 내세의 대부분(죽음의 나라(Hades) 혹은 지옥(Sheol))이 흐릿하고, 거의 비존재인 어떤 장소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특별한 장소(징벌장(Tartarus))와 신들의 마음에 든 사람들을 위한 환희의 장소(축복받은 죽은이들의 낙원(Elysian Fields) 혹은 천국(Paradise))가 있었다.
 
이러한 극단들은, 이 세상에서가 아니라면, 최소한 저세상에서라도, 자신들은 축복받고, 자기 적들은 벌을 받는 것을 보기 희망하는 사람들에 의해 고수되었다.

나쁜 사람들 혹은, 아무리 선하더라도, 상상하는 사람이 하는 것과 꼭같은 무의미한 의식(mumbo jumbo)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최후의 휴식 장소를 생각해 내는 데까지 상상은 뻗어 나갔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장 사악한 사람들의 영원한 벌의 장소로 여기는 지옥(Hell)에 대한 현대적 개념이다. 이것은 자비 그 자체(all-merciful)이며 선 그 자체(all-good)라고 선언된 하느님(God)을 등에 업은 가학주의자(새디스트)의 군침도는 꿈이다.

그에 반해, 쓸모 있는 하늘 나라(Heaven)를 만드는 데에서는 상상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슬람의 하늘 나라에는, 항상 손에 넣을 수 있고, 항상 처녀인 천녀들이 있으니, 영원한 매음굴(sex house)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노르웨이(Norse)의 하늘 나라에는 발할라(Valhalla)에게 제례를 올리며, 제례 사이에는 서로 싸워대는 영웅들이 있어서, 영원한 레스토랑과 싸움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의 하늘 나라는 보통, 모든 사람들이 날개를 달고, 하느님(God)을 찬양하는 끝없는 찬송가를 부르기 위해 하프를 튕기는 곳으로 그려진다.

약간의 지능이라도 가진 인간이라면 누가 그런 하늘 나라들 중 어느 것이라도, 혹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른 것들을, 오랫동안 견딜 수가 있겠는가? 읽고, 쓰고, 탐구하고, 흥미있는 대화를 하고, 과학적인 탐사를 벌일 기회가 있는 하늘 나라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난 그런 것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만일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을 읽는다면, 그의 하늘 나라는 신을 찬양하는 영원한 노래 잔치로 묘사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천사들의 삼분의 일이 반란을 일으킨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들이 지옥(Hell)에 떨어졌을 때, 그들은 그때야 비로소 지적인 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고(믿지 못하겠거들랑 시를 읽어 보시라), 나는 그들이, 지옥이건 말건간에, 더 행복해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걸 읽으면서, 나는 밀턴의 사탄에게 매우 강하게 공감했고, 밀턴이 의도한 바건 아니건, 그를 그 서사시의 주인공으로 여겼다.

그렇다면 나의 믿음은 무엇인가? 나는 무신론자이고, 신(God)도 사탄도, 하늘 나라도 지옥(Hell)도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기 때문에, 내가 죽으면, 올 것이라곤 영원한 무(nothingness)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쨌든간에, 우주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150억년 동안 존재했고, 나("나"가 무엇이든간에)는 무(nothingness) 속에서 그 모든 것보다도 오래 살았다.

사람들은 내게 이것이 삭막하고 희망이 없는 믿음이 아니냐고 물어오곤 한다. 어떻게 나는 무(nothingness)라는 요괴가 머리 위를 짓누르게 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요괴라고 보지는 않는다. 꿈없는 영원한 잠에는 두려워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명백히 그것은 지옥(Hell)에서의 영원한 고통이나 하늘 나라에서의 영원한 지루함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게 아니었다면 어쩔 것인가?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무신론자임을 당당히 자처했던 버틀란드 러셀(Bertrand Russell)이 그 질문을 받았다.

"돌아가셨는데," 사람들이 물었다. "자신이, 하느님(God)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땐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러자 용맹 무쌍한 노장이 말했다.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주여, 저희에게 더 많은 증거를 주셨어야 했습니다.'"



몇 달 전에 꿈을 꾸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하게 기억이난다. (보통 나는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죽어서 하늘 나라에 간 꿈을 꾸었다. 좀 둘러보고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았다--녹색 들판, 양털같은 구름들, 향기로운 공기, 그리고 멀리서, 황홀하게 들려오는 천상의 노랫소리. 그리고 환영의 뜻으로 나를 향해 활짝 웃는 기록 담당 천사가 있었다.

내가 놀라서 물었다. "이게 하늘 나랍니까?"

기록 담당 천사가 말했다. "그렇다."

내가 말했다(그리고 깨어난 후 기억이 났을 때, 나는 나의 정직함에 긍지를 가졌다). "착오가 있을 겁니다. 전 여기 속하지 않습니다. 저는 무신론잡니다."

"착오는 없다." 기록 담당 천사가 말했다.

"하지만 전 무신론잔데 어떻게 자격을 얻겠습니까?"

기록 담당 천사가 근엄하게 말했다. "누가 자격이 있는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네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둘러보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기록 담당 천사 쪽으로 돌아서서 물었다. "여기에 제가 사용할만한 타자기가 있습니까?"

나에게 있어서 이 꿈의 중요성은 명백했다. 나는 글 쓰는 행위에서 하늘 나라를 느꼈고, 반 세기가 넘도록 하늘 나라에 있었던 것이며 나는 항상 이것을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중요성은, 누가 자격이 있는지를, 인간이 아니라, 하늘 나라가 결정한다고 한 기록 담당 천사의 말이다. 나는 이것을, 만일 내가 무신론자가 아니었다면, 인간들이 하는 말의 패턴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 얼마나 완전한가를 기준으로 인간을 구원하려는 하느님(God)을 믿었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은 신(God), 신, 신이고, 하는 일은 부정(foul), 부정, 부정인 TV 목사보다는 정직하고 올바른 무신론자를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지옥(Hell)을 허락하지 않을 신(God)을 원한다. 끝없는 고문끝없는 악에 대한 벌이어야만 하는데, 히틀러의 경우라 할지라도 끝없는 악이란 것이 존재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믿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인간 정부들이 고문을 없애고, 잔인하고 유별난 형벌들을 법적으로 금지하려고 할 정도로 야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자비 그 자체(all-merciful)인 하느님(God)에게서 그보다 덜한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만일 저승이 있다면, 악에 대한 벌은 이성적이어야만 하고 기한이 정해진 것이어야만 한다고 느낀다. 그리고, 가장 길고 가장 안좋은 벌은 지옥(Hell)을 생각해 냄으로써 신(God)을 중상모략한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져야만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냥 장난(play)일 뿐이다. 나의 믿음은 확고하다. 나는 무신론자이고, 내 의견에, 죽은 후에는 영원하고 끝없는 잠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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